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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에서 살다 헤어진 그녀가

새 아파트로 이사 간 우리 집을 찾아 왔을 땐

그녀 인생의 가장 처참한 지경에 내려와 있었다.

사업체는 망하고 가정은 깨어져

두 아들을 하나씩 나눠 살고 있다는 이야기 끝에

정작 나를 찾아온 이유는 나와 가까운 지인과의 돈거래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하소연을 하러 온 것이다


좋은 집에서 고급 승용차에 벽돌만 한 무선전화기가

부를 상징하던 시절에 그녀의 스펙은 또 얼마나 화려했던가?

교사, 가수 자격증 외 십여개의 자격증을 가졌고

그 지역 독점 사업체에 건물이 서너 채

노래방에서 아무 번호만 누르면  거침없이 뛰어난 가창력으로 

구성지게 불러대던 노래와 활달한 성격 때문에

지방 도시 유지들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그녀를 부르고

화끈하게 돈 잘 쓰는 그녀 옆엔 언제나 사람이 많았다


치장도 어찌나 현란한지 귀, 손가락, 목, 안경, 구두, 백,

머리핀에도 어떤 형태든 반짝이가 반짝반짝

이젠 남편에게만 반짝이를 붙이면 된다고 놀리며

나는 그녀를 반짝이는 여자라고 명명했다

그녀의 옷장은 그야말로 연예인 수준이었으니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십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가는 붉은 꽃 없다고

그녀의 화려한 생활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허가 나지 않은 옥탑방에서 불빛이 새어나가면 안 되기에

두꺼운 커튼으로 창문마다 가리며

둘째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한동안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주다

'우리 기도하러 가요'

지금 집사님이 살 길은 기도하실 일뿐이에요

집사님 주변에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그리하여 우리의 40일 밤 기도는 시작이 되었다

그녀의 허름한 차는 고장 나기 일쑤

결국 내가 밤마다 모시러 다니는 형국이 되었고

밤마다 올려 드리는 기도 시간에

그녀는 하나님 앞에서 참으로 많이 울었다

잘 못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깊은 회개와 함께

얼굴에선 수심이 사라지고 있었다.


거울 앞에 착 달라붙어 두 시간은 기본으로

분장을 지나 변장을 하던 화장은

피부 문제로 맨얼굴로 만드셨고

그녀를 온통 반짝이게 하던 액세서리들도

피부에 닿으면 부어오르는 증상으로 못하게 하시고

어느 금요 철야 예배에서 그녀가 부른 특송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액세서리 하나 달지 않고 부르던 찬송은

그야말로 많은 사람에게 은혜를 끼친 천상의 소리였다


우리들의 회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밤기도 사십일이 다 되어가던 날 그녀의 집으로 갔으나

사람의 기척이 없다

기다리다 나는 그냥 교회로 가고

(각자 섬기는 교회가 멀어 집에서 가까운 교회로 기도하러 다녔다)

한참 뒤늦은 시간에 그녀가 머쓱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날 그녀는 교회 찬양대 연습이 끝나고

분명 기도의 자리로 가야 하는데

분위기 메이커인 그녀에게 달콤한 유혹이 왔겠다. ?

찬양 대원들이 찬양 연습 끝나고 동동주를 마시러 가자고 했다나?

그녀의 고물차는 신호등 앞에서 갈림길에 섰다

오른쪽은 동동주 집 왼쪽은 기도의 자리

그녀는 한 번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오른쪽 차선에서 멈추고

신호가 바뀌어 움직여야 할 차가

번잡한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 서버린 것이다

그 난감함이라니

이리저리 만져 보지만 그녀가 뭘 알겠는가?

차에서 내린 그녀는 두 팔 허리에 걸치고 하늘을 향해

"하나님 저 동동주 마시러 안 갈 테니 차 시동 좀 걸어 주시지요?."

사뭇 시비조로 하나님께 부탁했다나?

그리고 다시 시동을 걸었더니

차가 움직여 기도의 자리로 왔다는 간증


어느 추운 겨울엔 기도의 자리에 정성스레 따뜻한 차를 끓여 와선

"목사님 오늘 제가 차를 끓여 왔으니 한 잔 따라 드릴게요. "

습관이 무섭다고 차를 따라드리며 한다는 소리가

"받으시오~ 받으시오 "

"따르시오~ 따르시오~ "

어디 술집에서나 했던 추임새인지

자기도 하고선 화들짝 놀래고

좌중은 순간 웃음바다가 되었다


뭉칫돈 주무르던 그녀가 만원으로 일주일을 살았고

식당 주방에서 궂은일 하며 숨어지내며

그래도 살아내야 할 이유는 아들

사랑스러운 아들들 때문이었는데

어느 날 아들의 낙서 장에

"죽고만 싶다 "

"나는 정말 죽고만 싶다"는 절망스런  탄식의

글을 보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하여

목 놓아 울다 생각해 보니 자기도 하나님 앞에서

늘 죽고 싶다고 했을 때 하나님의 심정이 이랬겠구나 하며

다시는 죽고 싶다는 말을 하나님 앞에서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고도 했다


하나님의 이름은 안다고 했지만

교회는 다닌다고 했지만

세상 사람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살며

그녀가 순례하던 유명한 점집들

점쟁이가 그랬다나?

당신에겐 재운이 있어

평생 돈 고생 안 할 것이라고

그래서 자기는 타고난 복으로 산 줄 알고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줄을 몰랐다는 고백도 들었다


한번은 도우미 아줌마가 너무 무섭다며

나를 데리러 와서 집사님 집에 들어가니

우악스러운 남편의 손에 머리채를 잡혀

벽에 콩콩 박으며 휘둘리고 있는  얼굴에선

피가 줄줄 흐르는 모습이 얼마나 무섭던지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와

함께 울며 달래던 날도 있었다.

그 광경을 본 후 나는 한동안 꿈속에서

내가 그녀가 되어 머리채 휘둘리며

쫓겨 다니는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세상이 기준으로 하는 행복의 요소 몇 개 가졌지만

한 번도 행복하게 살지 못했던 그녀를

하나님께서는 가엾게 여기셨나 보다

모래 위에 지은 집 위에서 잠시 누렸던

세속적인 화려했던 삶 다 내려놓게 하시며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기쁨으로 살기를 원하셨다

지속적인 기도 속에 내면의 분노가 사라지고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조금씩 알아갈 때

그녀의 얼굴에 꽃처럼 피어나던 평안과 밝은 웃음

그때 우린 미국행 절차 중이었고

한국을 떠나오면서 우리는 헤어졌다

집사님이 자주  떠오르는 요즈음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계실까?

집사님의 미소를 떠올리며

함께 기도했던 날을 회상해 본다



https://youtu.be/YuYCtcU_7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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